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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문태준의 詩 이야기] /시인·불교방송PD [불교신문 3750호/2023년1월10일] 이태수 시 ‘새장 안의 새’
아트코리아 | 조회 481
[불교신문 3750호/2023년1월10일]
 
[문태준의 詩 이야기]
/시인·불교방송PD 
 
이태수 시 ‘새장 안의 새’
 
 
 
새장 안의 새가 창살을 쪼아댄다
 
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부딪는다
 
방에 갇혀 있는 나는
 
하늘을 날지 못하는 새와
 
무엇이 어찌 다를까
 
하늘로 비상하려 고투하는 새를
 
나는 유리 벽 안에 갇혀 바라본다

- 이태수 시 ‘새장 안의 새’ 전문
 
 
 
새장 속의 새는 창살을 쪼고, 시인은 유리창을 이마로 부딪는다. 둘 다 갇힌 형국이다. 갇힌 새는 시인의 투영이요, 유리창의 투명한 벽에 갇힌 시인은 새의 투영이다. 그러나 둘 다 지금의 갇힌 곳으로부터 나와서 언제든 창살과 벽이 없는 창공으로 날아갈 수 있다. 스스로 만든 속박을 풀어버리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태수 시인은 다른 시에서도 새의 비상에 대해 노래했다. 새의 비상은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기 위해,// 깊은 데도 두루 들여다보기 위해”서 라고 말했다. 새의 자유분방함을 찬탄하며 “날갯짓하는 마음은 아득한 옥빛 하늘”이라고도 썼다. 새도 우리도 갇혀 살지만, 새도 우리도 옥빛 하늘과 숲으로 날아갈 존재들이다. 스스로 만든 굴레에 감기거나 얽히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바깥에는 늘 옥빛 하늘이 망망(茫茫)하게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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