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8    업데이트: 23-09-20 14:27

언론보도

[대구일보] 생동하는 붓끝에 세상을 담다
관리자 | 조회 72

생동하는 붓끝에 세상을 담다

기운생동. 순간적 힘에 따라 굵기가 달라지는 먹선엔 힘이 넘쳤다. 붓질은 때론 사납기까지 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6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한국화가 진성수의 그림이 그랬다.

진성수는 지난 20년 가까이 수묵담채로 산수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때론 전통산수화 기법을 활용했고, 때론 원근이나 입체감을 살린,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현대적 산수화를 그렸다.

14일 오전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자신의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을 ‘기운생동하는 운필의 힘’이라고 했다.

“대부분 제 그림 속 풍경은 실제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런 만큼 대신 붓질을 통해 내면의 감성과 개성을 드러내는 거죠.”

정말 그랬다. 작가는 그림의 소재를 얻기 위해 쉼 없이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풍경을 만날 때마다 스케치북에 옮기는데, 인공적인 현대적 기물까지도 고스란히 담는다. 아스팔트 도로와 가드레일, 콘크리트 교각 등이 그것이다.

“조형적으로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현실 속 모습 그대로를 담으려 노력합니다. 이질적인 느낌 때문에 때론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우리 풍경이자 우리 삶이 아닐까 합니다.”

이처럼 현실을 드러내는 것 또한 진성수 그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작가는 1995년 첫 개인전 이후 이 문제를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작가는 “자연을 화폭에 담는 작가로서 사회적 역할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특히 2008년 미국 오리건주 힐스보로에서 가졌던 5회 개인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작가는 좀 더 직설적으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엷은 담묵으로 표현한 도시풍경 앞에 서정적인 농촌풍경을 대비시키는 식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의 이 같은 의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전통산수화를 닮은 풍경 속에 물에 비친 도시이미지를 배치시킨 ‘침묵의 숨결’, 보일 듯 말 듯한 아파트 단지를 원경으로 표현한 ‘가을의 길목’ 등은 예전 그림처럼 직설적이진 않지만, 자연의 순수성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200호 이상 대작들로만 꾸몄다. 총 14점 가운데 500호에 이르는 작품도 4점이다.

“대형 작품을 통해 제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쏟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화가로서 자신을 성찰해보고 변화해나갈 방향성을 찾아보겠다는 의도였죠. 아직 정답을 찾진 못했지만, 가진 걸 조금씩 버리려 합니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길을 가다, 길을 자문(自問)하다’란 이름을 붙인 이유였다. 전시는 19일까지.

문의 (053)626-3534.

글ㆍ사진 김도훈 기자 ho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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