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23-09-20 14:32

석도화론

7. 인온 (氤氳)
관리자 | 조회 63
7. 인온 (氤氳)

 

   필세와 묵(墨)이 합하여 천지만물의 순화(錞化)를 일으킨 것을 인온 (氤氳) 이라 한다. 인(氤) 과 온 (氳)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상태를 혼돈(混沌)이라 한다. 이 혼돈되어 있는 상태를 일획이 아니고 누가 개벽(開闢)시킬 수 있겠는가?

  일획으로 산을 그리면 산에 영기(靈氣)가 나타나고 일획으로 물을 그리면 물에 유동세(流動勢)가 있으며 일획으로 사람을 그리면 사람으로 하여금 일기(逸氣)가 있게 된다. 화가가 필(筆)과 묵(墨)이 혼합된 원리를 알고 인과 온의 분리방법을 터득하면 혼돈을 가려내어 그림을 손수 그리게 되고 고금(古今)에 서로 전하는 모든 방법을 익혀 스스로 일가를 이루어 이것이 다 이지(理智)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 조각(彫刻)하듯 그려서는 안 되고 썩은 목판(木板)을 각(刻)하듯 꾀죄죄하거나 정휘가 결핍되어서는 안 되며 침체되거나 낡은 구법에 구속되어서는 안 되며 어거지로 연결해서는 안 되며 이탈되거나 마디져서도 안 되며 무리해서도 안 된다. 묵해(墨海) 중에 주관정신을 세우고 필봉(筆鋒)에서 서슴없이 생동하고 활발함을 나타내어 한 척의 화폭에 전통적 체모를 타파해 버리면 혼돈(混沌) 중에서 광채가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필세는 다른 사람의 필세와 달라지고 묵 역시 다른 사람의 묵과 달라지며 일획 역시 다른 사람의 일획과 달라져서 스스로 자기의 회화정신이 세워 진다.

  대개 이와 같은 것은 화가가 묵을 운용해야지 묵이 화가를 운용해서는 안 된다. 화가가 필세를 조종해야지 필세가 화가를 조종해서는 안 된다. 또 화가가 낡은 전통을 타파해야지 낡은 전통이 화가를 타파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하나로부터 무수히 많은 만가지 필에 달할 때 까지 만필(萬筆)이 일획(一畵)을 다스려 일획은 변화하고 인 (氤)과 온 (氳)이 성립되어 천하에 훌륭한 화가가 될 것이다.

[출처] 7. 인온|작성자 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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