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8    업데이트: 21-07-26 12:31

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자연·사물에 인문학적 말 걸기
아트코리아 | 조회 555
소설가 김훈은 ‘글쓰기란 자연과 사물에게 인문학적 말 걸기’라고 했습니다. 하루가 시작되고 눈을 뜨자마자 아니, 태어난 모든 존재는 온갖 사물과 마주칩니다. 그것이 생존에 관한 것이든 그냥 일상의 환경적인 배경의 한 귀퉁이든 간에, 또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막론하고 어떤 상황이나 사물과 맞닥뜨리게 되어 있습니다.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다는 말은 생각하고 행동하고 누릴 줄 아는, 본연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말과 동일하기 때문에 누구나 골고루 받은 은총이기도 하거니와 한편으로는 너무나 보편적인 특권(?)이어서 그 가치에 대해서 망각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일반적인 삶의 형태와 구별된 사고와 가치관을 가지려고 애쓰는 우리들은 또 하나의 특권을 추구하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바로 글쓰기를 통해 삶을 생각하고 이끌어가며, 그것을 매개로 해서 세계와 소통하기를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보통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고 무심히 창문을 열 때, 여러분들은 조용히 눈을 감고 밤새 내 곁에서 소소한 몸짓으로 움직였을 먼지들과, 말없이 거실을 채우고 있던 공기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말을 걸어야 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그것은 각자의 상황과 정서와 심성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달라야 마땅하지요. 

자, 그런데 이번엔 사물들에게 말을 걸었다 칩시다. 그런데 그것은 혼자서 하는 모노드라마와 같은 것이어서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의미가 분명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감정의 과잉이거나 미숙으로 떨어져 나 홀로 아리랑이 되기 십상이지요.

지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상태가 최상이랄 수가 있는데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땐 질문을 해보는 겁니다. 누가 그랬나요?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다만 우리는 전쟁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문학적인 질문으로 삶의 성찰에 이르게 되기를 궁극적으로는 바라는 것입니다.

질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 이 두 가지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구사한다면 글쓰기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열린 질문은 항상 ‘왜?’라고 하는 생각의 꼬리가 달려 있습니다. 사물에게 말을 걸면서 ‘너는 왜 거기 있는 거니?’ ‘너의 존재는 행복하니?’ ‘어떻게 생각하니?’와 같은 생각의 꼬리가 말입니다. 소위 말해서 논리적인 사고를 심어주면서 인간과 우주의 근본을 들여다보게 하는 길을 향한 첫걸음이 됩니다.

그럼 닫힌 질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항상 ‘답’을 원하죠. ‘예, 아니요’ 또는 기존의 인식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선과 악’의 분별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게 됩니다. 그래서 생각의 문을 닫아버리게 합니다. 상상의 날개를 꺾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옳고 그름의 잣대를 강요하는 방식은 예술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서의 다양함이 주는 아름다움을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글쓰기는 사물에게 말을 거는 행위이고 그것은 바로 세상 모든 인문학과 철학의 근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시인·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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