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이구락 시인
이태수
봄꽃 마중을 간 시인이
귀갓길에 봄꽃 속의 먼 길을 갔다
귀가하지 않고 하늘길로 떠나면서
꽃들만 데리고 간 걸까
벚꽃, 목련꽃, 개나리꽃, 산수유꽃
활짝 피어난 봄날, 가족도 버리고
가족이 관 속에 쟁여준
봄꽃들도 잘 보듬으면서 떠났을까
유난히 꽃을 좋아하던 그였으므로
헤어지고 오는 길에도
봄꽃들이 이다지 눈부신지 모른다
꽃 마중을 갔다가 그 속으로 떠난
그의 꽃길을 추모한다
이구락(1951~2025) 시인이 지난 3월 하순 봄꽃을 마중하러 자동차로 여행하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홀연 떠났다. 안타깝고 애석하다. 대구명복공원에서 그를 떠나보내고 돌아와 쓴 짧은 추모시다. 그는 나와 같은 고향인 경북 의성군 사곡면(토현리)에서 태어나 197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초기에는 <형상>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시집 『서쪽 마을의 불빛』, 『그해 가을』, 『꽃댕강나무』, 『이구락의 오행시편』, 시선집 『와선』, 『낮은 위쪽, 물같이』를 남겼다. 대구시인헙회상, 대구시문화상을 수상했으며, 대구시인협회 회장, 상화문학제 조직위원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