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우연은 없다. 그렇다고 계획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태어나 스스로 걷게 되는 때부터 움직이는 주위현상에 따라 모든 일은 결정되고 그것으로 인하여 온갖 인연이 맺어지며 그 매듭으로 살아가는 게 사람이다. 결과가 어떠하든 받아들이면 행복이고 그렇지 못하면 불행이다. 행불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좋게 받아드려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욕망 때문이며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삶이 올바른 삶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행하지 못한다. 행한다 하여도 별안간 닥치는 기억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이태수 시인은 좋든 싫든 지난 것은 잊으며 살아가지만 별안간 닥치는 기억에 문득 살아난 감정을 읊는다. 기억 저쪽에 묻어둔 잊지 못한 추억의 장면이 춘삼월에 내리는 눈발에 살아나 멧새의 울음으로 환기되고 그 소리는 함께 감상하던 첼로의 음률에 감싸여 왈칵 그리움으로 돋아난다. 별안간이라고 하지만 의식에 갇힌 기억은 언제든지 쏟아낼 무의식의 사랑이다. 사랑은 영원한 안식처이며 언제든지 끄집어내어 자신을 다스리는 꽃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시인의 가슴은 영원한 청춘이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