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2025. 12. 4
이태수 시집 마음의 길
문학세계사/144쪽/1만2천원
비움과 초월의 시학, 반세기 문학 여정의 결실이다. 등단 50년을 넘어선 이태수 시인이 스물세 번째 시집 ‘마음의 길’(문학세계사)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평생 탐구해온 '비움과 초월' '자아의 본질'을 집약한 작품집으로, 삶의 풍진 속에서도 본질을 찾고자 하는 시적 사유가 깊이 배어 있다. 독자에게 "내 마음의 길은 어디인가"를 묻는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올해 초 낸 시집 ‘은파’에 이어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는 ‘이 풍진 세상에서’, ‘내가 나를 찾아’, ‘목어(木魚) 울음’, ‘강가의 저물녘’, ‘달항아리’, ‘겨울 입새에서’, ‘한밤의 눈’, ‘먼 여정(旅程)’ 등 78편이 실렸다. 시인은 현실의 자아를 비우고 내려놓음으로써 본래의 자아와 마주하는 길을 제시하며, ‘잃어버린 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일깨운다.
대표작 '달항아리'는 '어두운 마음에 순백 달항아리 하나 데려와 앉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구절로, 비움으로 충만을 얻고자 하는 시인의 간절한 소망을 드러낸다. 내부가 비어 있기에 무한을 담을 수 있는 달항아리처럼 그의 시 세계는 고요 속의 충만을 지향한다. '솔숲길을 걸으며'와 ‘겨울 입새에서’는 일상의 풍경에서 자연의 순리를 깨닫고, 그래도 지금 여기가 "이만하면 다행"이라며 삶을 긍정한다.
19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먼 여로' '유리벽 안팎' '나를 찾아가다' '거울이 나를 본다' 등 다수의 시집과 '예지와 관용' '현실과 초월' 등 시론집을 펴냈다. 한국시인협회상, 상화시인상, 천상병시문학상, 대구시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매일신문 논설주간과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시집 '마음의 길'은 반세기 문학 여정의 결실이자 내면의 고요와 초월을 향한 시적 순례의 완성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