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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신작특집] <배롱꽃 필 무렵><노신사>- 이태수 ♣ 월간 《문예마루》 제7호(2026. 5)
아트코리아 | 조회 40
배롱꽃 필 무렵 외 1편

이 태 수

이른 봄의 꽃들이 지자 그가 떠나고
꽃피는 배롱나무에서 매미들이 운다
그를 애도하는지 그 소리도 붉다

그를 떠올려보면 애달프기 그지없다
겨우내 홍매화와 수선화를 기다리고
목련, 개나리, 벚꽃을 그리도 좋아하더니
그 꽃들이 지니 미련마저 지웠을까
병마를 끌어안듯이 하늘 품에 든 걸까

그는 왜 이른 봄의 꽃들만 좋아했을까
여름과 가을에 피는 꽃들도 적잖고
겨울에 피는 꽃은 더욱 아름답지 않은지
목숨을 겨우살이같이 부지해야 하고
기생하듯이 살아왔다고 여겼던 건지

오랜 세월 병마와 더불어 산 그는
새 생명력이 약동하는 봄을 기다리고
그 절정의 순간만을 붙잡고 싶었을까



노신사

한 노신사가 벚나무 아래 서서
흩날리는 벚꽃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며칠만 피었다가 지는 꽃들이라서
지는 꽃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일까

노신사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으니
지는 꽃을 맞이하는 연유를 알 것 같다
꽃이 피기까지는 긴 날들이었지만
며칠 만에 그 꽃들이 다 지고 말지라도
그 과정이 더욱 소중한 탓일 테다

지는 꽃들을 맞아들이는 노신사는
오랜 지난날을 되새겨보는가 하면
다가올 날들을 아름답게 마중하려고
꿈길에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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