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이 시인, 생활의 언어와 토속어를 시의 결로 살려
도발적 발상과 상상력도 시적 묘미와 읽는 재미 더해
'문학세계 현대시인선 225'로 출간, 모두 67편 시 엮어
선애경기자 violetta22@naver.com
2026/07/14 11:41

박숙이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웃음이 파먹은 밥(문학세계사) 시집 표지.
'밥 한 그릇을 웃음이 다 파먹도록 / 두 사람은 깔깔깔 아예 모르고 있습니다//' 표제작 '웃음이 파먹은 밥'에 담긴 이 시의 한 장면처럼, 웃음으로 삶의 고단함을 견디는 사람들의 온기를 시로 길어 올린 박숙이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웃음이 파먹은 밥(문학세계사)'을 펴냈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박숙이 시인은 생활의 언어와 토속어를 시의 결로 살려내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구어체의 토속적인 사투리 구사가 향토적 정서를 감칠맛 나게 하는 데다 웃지만 못 할 특유의 해학을 거느리는 그의 시는 다소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듯한 발상과 상상력도 시적 묘미와 읽는 재미까지 북돋운다.
이번 시집은 '문학세계 현대시인선 225'로 출간됐으며 표제작을 비롯해 '세발낙지', '장물 종재기 같이', '참깨 다발', '겉절이 여자', '거울 속의 여자', '국화빵', '동백의 이별법', '양파' 등 모두 67편의 시를 담았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웃음이 파먹은 밥'은 봄나물을 곁들인 밥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콩잎을 떼어주며 웃음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평범한 일상 속 가장 소중한 행복을 그려낸다. 작품들은 화려한 수사 대신 생활의 체온으로 독자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경북 사투리는 지역의 말에서 고향의 기억과 공동체의 정서를 불러오는 시적 장치로 기능한다. '장물 종재기 같이'에서는 '첫물은 사위도 안 준다는 애리애리한 봄 정구지'로 부추전을 부치며 '인생도 이리 한 번 후딱 뒤집히져 봤시면'이라고 읊조려 친구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고 '그녀'에서는 '택도 없는 소리제', '구시하다 카이', '불러쌌지럴' 같은 친근한 사투리로 사람 냄새 나는 정서를 살려낸다.
또 시편들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의 기억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탕으로 연민과 회한의 서정을 풀어내는 한편, 삶을 성찰하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과 시인으로서의 자긍심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태수 시인은 해설 '분방한 해학과 사투리 구사의 묘미'에서 "분방하고 발랄한 박숙이 시인의 시에는 해학과 희화적인 비유, 넘쳐나는 입담이 두드러진다"며 "그 저류에는 삶의 파토스와 이를 뛰어넘으려는 지혜, 사람들에게 나누고 베풀려는 질박한 인간애가 관류하고 있다"고 평했다.
박숙이 시인은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과 1999년 계간 '시안' 등단 이후 시집 '활짝', '하마터면 익을 뻔했네'를 펴냈으며 대구문학상, 서정주문학상, '대구문학'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구문인대사전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대구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웃음과 눈물, 자연과 계절, 가족과 이웃을 한데 엮어낸 이번 시집 '웃음이 파먹은 밥'은 경북 사투리의 생생한 말맛과 토속적 정서를 바탕으로 평범한 삶 속에서 길어 올린 행복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