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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7

[이태수 칼럼] 새해 풍습과 덕담 / 경북신문 2023/01/25
아트코리아 | 조회 69
[이태수 칼럼]
새해 풍습과 덕담


새해맞이 풍습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풍습으로 긴 가래떡을 뽑아 만든 떡국을 먹으며 덕담(德談)을 주고받는다. 유럽 문화권에서는 파이를 만들면서 그 안에 반지를 넣거나 동전을 넣어 행운을 바라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파이를 먹으며 누가 행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반지나 동전이 든 파이를 먹게 되는지 보는 풍습이다.

중국 사람들은 새해를 맞으며 교자를 즐겨 먹으며, 빨간 봉투에 용돈을 넣어 덕담과 함께 아이들에게 주는 풍습이 있다. 교자는 지난해와 새해가 교차한다는 의미와 비슷한 뜻을 지닌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베트남에서는 '바잉쯩'이라는 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바잉'은 빵이고 '쯩'은 찐다는 뜻이므로 그 의미를 짐작해 보게 한다.

영국에서는 그믐날 자정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가 하면, 그리스에서는 집 안에 재생과 부활을 의미하는 양파를 걸어놓는 풍습이 있다. 스페인의 경우는 새해를 맞이할 때 가족들과 함께 열두 달을 의미하는 열두 개의 포도를 먹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같이 나라마다 새해맞이 풍습은 각양각색이지만 가족과 함께 행운을 기원한다는 것은 다르지 않다.

새해를 맞아서 우리는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휴대전화나 이메일에도 그런 덕담이 넘쳐난다. 이때의 '복(福)'이라는 말에는 재물, 출세, 자식, 부인, 남편 복 등 많은 의미가 두루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덕담은 우리의 아름답고 오래된 미풍양속이다. 우리 격언에 '천 사람의 혀는 쇠도 녹인다'는 말이 있듯이, 말에는 그렇게 되라고 하면 그렇게 되는 신비한 힘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육당 최남선은 일찍이 덕담에는 그렇게 되라고 축원만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되었으니 감사하다는 언령관념(言靈觀念)이 배어 있다고 했다. 덕담은 이같이 상대방에게 희망과 힘, 격려와 기대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악담(惡談)이 만연하고 있다. 남을 속이고 해치고 아픔과 슬픔을 주는 말들과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인사치레의 허언(虛言) 역시 난무한다. 셰익스피어는 '사람은 비수를 가시 돋친 말속에 숨겨둘 수 있다'고 했다.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마음의 소리이며 정신의 얼굴이라는 말이 새해 덕담처럼 일상에도 확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뭉칫돈과 거짓말이 날개를 달고 있는 듯한 정치판과 정국 불안, 지구촌을 흔드는 경제적 고통의 먹구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소통 부재와 거리 두고 살기 등이 우리를 옥죄기만 해왔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특히 청년들의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구직난과 거리 두기로 인한 사회관계 부족 비대면 수업에 따르는 우울감 등을 호소한다고도 한다. 청년들의 우울감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 계묘년(癸卯年)은 육심 간지의 마흔 번째 해인 검은 토끼 해다. 검은색은 지혜를, 토끼는 평화, 풍요, 다산을 상징한다. 토끼는 영특하고 지혜가 넘치는 동물이다. 게다가 검은 토끼는 더욱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 새삼 '수궁가'를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다.

수궁의 용왕의 병을 고치려면 특효약으로 알려진 토끼의 간이 필요했다. 별주부의 꾐에 빠진 토끼는 낯선 용궁까지 가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간이 용와의 병을 고치기 위한 영약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토끼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기지를 발휘했다. 토끼는 용왕에게 "저는 1년에 한 번씩 간을 햇볕에 말린다"고 꾀를 부려 절체절명의 위기를 탈출했다.

어깨가 처지게만 했던 묵은해를 훌훌 털어 버리고, 새로운 희망의 새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검은 토끼 해인 올해는 일상에서도 악담이 물러나고 주로 덕담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고조되며, 검은 토끼처럼 지혜를 발휘해 위기마저 기회로 만들어 새로이 풍요를 구가하는 길이 트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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