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7    업데이트: 16-07-21 17:03

사이버서재

술타령6
아트코리아 | 조회 866

술타령6
                                               - 이태수


정신의 힘이 물질의 힘보다 강하다고 썼다가
강한 비판을 받았다. 정신이 물질을 누를 때
융성했다고 썼더니 시대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질타당했다. 밥이 안 되고, 날이 갈수록
명예도 되어주지 못하는 시를 쓰면서
정신이 뒷걸음질하거나 황폐해진다면 큰일이라고
말한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는지 ……치사해서
그 날 밤엔 늦도록 술을 마셨다.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나를 마셔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셨다.
이런 푸념마저 안아주는 이 공간이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그게 우리를 지키고 높이는
길이라고 목소리 조금 높였다가 매도당했다.
문학 권력을 부추긴다고, 헌책방에서나 사 보던
그런 문예지는 없어져도 좋다고, 빠르게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느리게
귀신 낮밥 먹는 소리나 한다고 야단맞았다.
작아질 대로 작아진 내가 싫어서
마시고 또 마셨다. 나를 마신 술에 떠내려가면서,
양복 입은 양반 같아 불쌍하다는 소리에
정신이 들다가 말다가 했다. 세상이 달라져도
더디게 바뀌기도 마음먹으면서
아직도 시를 붙들고 앉아 있는 내가
잘못돼 있는 것만 같아, 숙취에서 깨어나면서는
슬프고 아팠다. 시가 씌어지지 않아 더욱 참담했다.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