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타령6
- 이태수
정신의 힘이 물질의 힘보다 강하다고 썼다가
강한 비판을 받았다. 정신이 물질을 누를 때
융성했다고 썼더니 시대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질타당했다. 밥이 안 되고, 날이 갈수록
명예도 되어주지 못하는 시를 쓰면서
정신이 뒷걸음질하거나 황폐해진다면 큰일이라고
말한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는지 ……치사해서
그 날 밤엔 늦도록 술을 마셨다.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나를 마셔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셨다.
이런 푸념마저 안아주는 이 공간이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그게 우리를 지키고 높이는
길이라고 목소리 조금 높였다가 매도당했다.
문학 권력을 부추긴다고, 헌책방에서나 사 보던
그런 문예지는 없어져도 좋다고, 빠르게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느리게
귀신 낮밥 먹는 소리나 한다고 야단맞았다.
작아질 대로 작아진 내가 싫어서
마시고 또 마셨다. 나를 마신 술에 떠내려가면서,
양복 입은 양반 같아 불쌍하다는 소리에
정신이 들다가 말다가 했다. 세상이 달라져도
더디게 바뀌기도 마음먹으면서
아직도 시를 붙들고 앉아 있는 내가
잘못돼 있는 것만 같아, 숙취에서 깨어나면서는
슬프고 아팠다. 시가 씌어지지 않아 더욱 참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