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7    업데이트: 16-07-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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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 한 마리
이태수 | 조회 873

작은 새 한 마리

                                                -이태수


꿈속에서 몇 번 만난 듯도 한
작은 새 한 마리, 내게로 날아왔다.
흙비 내리다 멎은 오후 한때, 황사바람은
막무가내로 산발치의 벚꽃들을 떨쳐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의 비단 자락에
옥구슬을 굴리고 있다. 한동안 날개를 접고
구슬 구르는 소리와 비단 자락에 감싸이더니
허공에 걸어두었던 길들마저 죄다
땅 위에 내려놓았다. 가지런하지만
끝내 내가 걸어갈 수 없는 저 아득한 길……
벚나무들은 완강하게 물을 길어 올리면서도
어이없다는 듯,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제 발치에 붐비며 흩날리는 꽃잎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눈을 감고
마음 지그시 누르면 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저 작은 새의 날갯짓. 황사 사이
풋풋한 햇살들만 쪼아 물고 날라다 주는,
내 마음 흐릿한 유리창을
이토록 서럽게 닦아주기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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