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4    업데이트: 12-07-09 22:08

칼럼-40

2006년 09월 12일 올바른 비판이 나라를 살린다
이태수 | 조회 400

올바른 비판이 나라를 살린다

 

나라가 불안하고 시끄럽다. 바람 잘 날이 없다. 갈수록 태산이다. 批判(비판)이 들끓고, 비판에 대한 비판이나 해명 역시 그렇다. 게다가 公論(공론)과 뒷공론들이 뒤섞이는가 하면, 혼선을 빚어 더욱 그렇다. 대다수 국민, 특히 각계 전문가들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앞만 보고 가거나 眼下無人(안하무인)식 행보를 거듭하는 정치지도자와 정치권의 비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좀체 제동이 걸리지 않는 형국이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핀란드에서의 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무력적 위협 논란 문제를 두고 또 言論(언론)을 탓했다. 북한 미사일 문제를 언론이 더 어렵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 터뜨리기나 탓하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안 그럴 때가 거의 없었으나, 너무 심했다.

더구나 이 자리에서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그 나라가 ‘세계 1위의 부패 없는 정부로 평가받는 비결’이 ‘언론의 활발한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에 노 대통령은 부끄러워했어야 했다. ‘언론의 자유가 늘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지만 꼭 필요한 것으로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는 그의 말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비판의식에는 잣대가 문제다. 是非(시비)를 가리는 게 기준이 돼야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는 ‘바른 마음’이 따라야 한다. ‘사특한 마음’이 작용해선 안 된다. 그 마음은 公心(공심)이어야지, 私心(사심)이어선 곤란하다. 사심이 앞서면 비판이 비난이나 흉보기요, 我田引水(아전인수)일 따름이다.  

강한 사람을 누르고 약한 사람을 도와주느냐, 그 반대이냐는 더 큰 문제다. 지금 세상엔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게 처신하는 保身法(보신법)이 횡행한다. 그런데도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들도 적잖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정치지도자는 책임을 통감하고 모범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憲裁(헌재) 소장 후보자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소용돌이만 하더라도 가관이다. 염치가 있다면 당사자가 스스로 물러나든지,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하는 게 옳지 않을는지…. 헌재의 위상을 위해서도, 사법권의 권위를 위해서도 그렇다.

作統權(작통권) 환수 문제에 대한 비판은 또 어떠한가. 대다수 국민은 물론 전직 장관이나 장성들을 비롯해 전문가들이라면 반대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젠 사상 처음으로 전직 외교관들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이런 경고들이 겉돌고 있으며, 제대로 된 비판이 오히려 무색해지는 느낌이다.    

조선시대에는 여론의 진원지가 士林(사림)이었다. 사림사회의 비판은 공개적인 여론화 과정을 거쳐 공론화하는 수순을 밟았다. 백성의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뒷공론(쑥덕공론)이 在野(재야) 지식인들에게 전달되고, 그 여론은 중앙에 전해지곤 했다. 더 적극적으로는 서원이나 성균관이 매개체 역할을 했다. ‘上疏(상소)’라는 제도적 장치를 이용해 직소하는 言路(언로)도 트여 있었다. 말하자면, 여론이 최고 통치권자에게 들어가는 길이 열려 있었다. 그래서 언로가 제 기능을 했고, 여론이 효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한심하다. 언론은 ‘열린사회’의 소통을 지향하려 애쓰지만, 잘 먹혀드는 것 같지 않다. ‘배 째라’는 식으로 여론을 무시하고, 되레 뒤집어 비난한다면 비극이다. 우리 사회가 온통 막무가내로 개인이나 집단 이기주의로 치달아, 이익만이 비판의식의 잣대가 돼서야 되겠는가. 이런 병이 최고위층부터 중증이라면 절망할 수밖에 없다.

비판 풍토가 제대로 조성되고 먹혀들 때 나라도 百姓(백성)도 잘살 수 있다. 언론이 비판을 멈추고 가진 사람들의 나팔수나 된다면 이 나라는 과연 어떻게 돼 버릴까. 전문지식을 갖춘 지식인들도 그런 일을 회피한다면 직무 유기요, 자기기만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강도 높은 비판이라도 먹혀들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더구나 비판을 받는 쪽에서 오히려 탓하기만 한다면 희망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달라지는 최고 정치지도자와 추종 세력들을 보고 싶다. 나라를 자주 시끄럽고 불안하게 만들지 않고, 진정 장래를 위해 마음과 귀를 열어 백성을 받드는 세상은 멀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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