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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40

2006년 12월 05일 밑도 끝도 없는 '푸념과 말 바꾸기'
이태수 | 조회 408

 

 밑도 끝도 없는 '푸념과 말 바꾸기'

 

나라가 어지럽고 눈앞이 흐려진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화제의 중심에는 요즘 정치 이야기가 들어앉곤 한다. 나라 걱정이 泰山(태산)이며,  ‘아직 지겹게도 한 해 넘게 남아 있다니’라든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되는데’라는 위기감과 불안감이 넘쳐나기도 한다.

정부와 야당, 여당과 야당은 물론 정부와 여당, 여당이나 야당의 내부에서까지 같은 목소리가 나지 않고, 심한 경우 破裂音(파열음)이 잦게 불거지는 ‘정치 현주소’ 때문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습, 청와대와 여당 사이의 不協和音(불협화음)은 비판의 한가운데 놓이게 마련이다.

이미 많은 비난의 화살을 맞았듯이, 참여정부의 獨善(독선)과 傲慢(오만), 이념적 편향과 무능은 짜증나게 하며 신뢰감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런데도 자성 기미는 보이지 않고  ‘갈팡질팡’이다. 安保(안보) 문제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정치·경제·교육·주택 문제에 이르기까지 성한 데라고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정책을 내놓기만 하면 혼선과 혼란이요, 실패를 거듭해 갈등과 분노만 커지게 했다는 지적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사정이 이 지경인데도 대통령은 ‘막무가내 거꾸로 달리기’요, 여전히 ‘제멋대로’다. ‘이른 레임덕’에 대처하려는 리더십을 가다듬기는커녕 책임감이나 使命感(사명감)을 저버린 푸념과 말 바꾸기를 서슴지 않아 딱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국민 ‘열 명 중 한 명’까지도 등을 돌리게 하려는 작정인지 모를 판이다.

‘임기 못 마치는 첫 대통령’ 발언 다음날 ‘임기가 얼마 안 남은 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말을 예사로 한 대통령을 과연 우리가 어떻게 봐야할지 기가 차지만,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으므로 더 말하고 싶지 않고, 말을 보탤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지난 3일 해외 순방 길에 오르면서도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國政(국정) 표류는 야당 탓 이며, 통합新黨(신당)을 추진하는 여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하는 등  여·야를 싸잡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신당 문제를 두고 대통령과 여당 의장의 ‘지역당’ ‘제2의 대연정’ 攻防(공방), 대통령 비서실장의 ‘구시대적’ 운운의 맞받아치기에 이은 '남의 탓' 공격이어서 13일 귀국 뒤 정치권의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나라가 어디로 가든, 국민이야 어떻게 보든 '막가파'식  泥田鬪狗(이전투구)가 어디까지 가고, 어떤 양상으로 번질지 심히 걱정스럽다.

참여정부의 출범과 열린우리당 창당, 그 이후의 과정들을 새삼 떠올리지 않더라도, 정부와 여당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아량이 없지 않다면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남 탓’도 분수가 따라야 하며, ‘눈 가리고 아옹’ 역시 한가지다.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民生(민생)과 동떨어진 ‘헤게모니 잡기’에만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을 더 이상 보여서는 곤란하다.

흔히 ‘지금 우리 사회가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인가’라고 한탄들을 한다. 이미 자세가 흐트러진 경우뿐 아니라 바르게 살려는 의지와 깨끗한 마음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汚染(오염)되지 않고 허물어지지 않기 힘든 세상이라 불안과 당혹감으로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만 한다면 분명 불행한 사회다.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정치가들과 책임의식이 흐려진 고위 관료들이 不條理(부조리)하고 혼탁한 바람을 일으키고, 그런 환경으로 ‘성숙을 지향하는 시민들’까지 이끌어 가고 있다면 크나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정치가들이 반드시 나라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우리는 그들에 의해 좌우되곤 한다. 그들이 빚어내는 파행적인 분열과 갈등에 휘말리지 않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오늘의 우리 국가·사회의 正常化(정상화)는 그런 혼탁 치유는 고사하고 이해타산에 따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가들과 관료들부터 먼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은 지금 불안과 위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며, 政爭(정쟁) 차원의 離合集散(이합집산)과 갈등·대립이 국민 정서와 나라 장래에 큰 재앙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만 한다. 알고도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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