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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30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이태수 | 조회 542

<李太洙 칼럼> 47-(2006.10.10)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퍼주기’ 답례가 핵실험인가 / 선택은 단호한 대처뿐이다

 

 

북한은 어제 ‘설마’를 ‘경악’으로 만들고 말았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핵실험(核實驗) 반대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안보(安保)를 뿌리째 뒤흔들면서 ‘핵 폭풍’을 일으켜버렸다. 우리는 이제 6․25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에 놓이고,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속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전쟁의 공포를 안겨주기도 하는 이 벼랑 끝의 사태는 오만(傲慢)과 독선(獨善)으로 치닫는 북한이 저질렀지만, 그들의 눈치나 보면서 무턱대고 ‘퍼주기’를 해 왔던 우리 정부의 대북(對北)정책과 안이한 안보의식이 부른 災殃(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 답례가 핵실험이란 말인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이은 노무현 대통령의 ‘포용정책’과 외교․안보 라인은 그간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을 해 왔으며, 얼마나 엉뚱한 생각을 해 왔는지 자명해지기도 했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슬기’는 온데간데없이 ‘친북 자주(親北 自主) 타령’을 하는 사이 북한은 ‘핵 폭풍’을 만들어 왔다면 ‘전면 실패’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 정부는 북한의 ‘물불’을 가리지 않았는지, 눈을 가리고 있었는지 잘은 알 수 없으나 낡은 이념(理念)을 좇으며 허우적거리는 동안 북한은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우리를 비웃어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가 그들의 핵무장(核武裝)을 허용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제 한반도의 비핵화(非核化)는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남북의 평화공존(平和共存)이라는 말조차 허공에 뜰 수밖에 없게 되고 말았다. 남과 북이 ‘비핵’과 ‘핵’으로 나뉜 비극적 상황에 놓인 채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나아가 세계를 소름끼치는 핵 공포의 판국에 몰아넣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

 

어제 북한의 ‘지하 핵실험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발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바로 사람 잡는 꼴이어서 국민은 경악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놀라움과 두려움을 넘어 치미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터지는 게 아니냐’ ‘이제 어떻게 되느냐’는 우려와 불안에 휩싸이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핵무기(核武器)의 사용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것의 보유 자체만으로도 불안과 공포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원자폭탄(原子爆彈)의 가공할만한 위력과 재앙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을 뿐 아니라 그 후유증이 어떠했는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번 핵실험 강행으로 북한은 세계 평화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제사회의 핵 확산 방지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 아니라 유엔에 정면도전한 행위여서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든 미증유의 불장난을 통해 얻을 건 파멸(破滅)뿐이라는 사실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지만, 그들은 정녕 ‘다른 세상’에 살고 싶은 걸까. 물귀신처럼 우리는 물론 세계를 물고 늘어져 엄청난 재앙을 부르게 될까도 두렵다.

북한은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또 더한 만행을 어떻게 일으킬지 알 수가 없다.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는 정황이다. 미국과 일본은 벌써 전면적인 경제 제재에다 그간 유보했던 유엔 헌장 제7장에 근거한 ‘군사적(軍事的) 조치’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여태 만류만 했던 중국과 러시아도 어떤 모습으로든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며,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는 불가피해졌다. 늦었더라도 안보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고, 일방적인 포용정책은 단호하게 버려야 한다. 정부의 뼈저린 반성과 궤도 수정 못잖게 국민도 눈을 바로 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젠 대통령부터 자세를 확 바꿔 명백한 현실로 드러난 북핵(北核)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선택은 결연한 각오와 단호한 대처뿐이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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