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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30

남은 雙春年-오는 황금돼지해의 꿈
이태수 | 조회 544

<李太洙 칼럼> 50-(06.11.21) 논설주간

 

남은 雙春年-오는 황금돼지해의 꿈

 

貧富 양극화 시한폭탄 공포 / 平地風波 전략 반드시 깨야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그 10여 년 뒤인 지금까지도, 봄이 와도 진정한 봄은 오지 않는 세상에서 허덕이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거의 예외 없이 뒷걸음질이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고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 땅을 녹이고 물고기가 얼음장 밑을 헤엄치는’ 입춘(立春)과 같은 때를 기다렸으며, 해마다 ‘산천(山川)에만 오는 봄’을 아파하기도 했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더욱 그랬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격동기(激動期)를 겪었다. 특히 정치․경제적으로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으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민주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다시 일어서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전과는 적잖이 다르다. 참다못해 ‘더 버티기보다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몇 사람만 모이면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들 아우성이기도 하다.

 

 경기가 가라앉은 지 오래인 채 중산층이 몰락한 우리 사회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만 남은 양극화(兩極化)로 치달아 저소득층의 신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뉴스위크는 지난 1월 ‘한국의 양극화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시한폭탄(時限爆彈)'이라고 보도한 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금 그 시한폭탄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판이다. 올해 개인파산만도 지난해보다 3.6배 늘어난 10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현 정부의 거듭돼온 정책(政策) 실패에 대해 새삼 입에 올릴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이 있기나 한지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어느 정책 하나 제대로 되거나 거꾸로 안 간 게 없다’는 지적이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면 지나친 말일까. 부동산 대책만도 무려 여덟 번 거듭됐지만, 이번 대책 역시 ‘글쎄?’다. 이젠 아무도 정부를 믿으려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고 있기나 한지, 답답할 따름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평지풍파(平地風波) 전략’으로 성공했던 참여정부는 여전히, 아니 더욱 극성스럽게, 민심(民心)을 읽고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기보다는 이익(利益) 계산에 급급한 게 아닌지…. 나라 살림이 어려워도 청와대의 몸집은 날로 커지고, 대통령 주변에서 국록(國祿)을 먹는 사람들이 안으로는 자기 밥그릇이나 챙기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마저 아랑곳없어 보인다.

 

 만에 하나 나라야 어디로 가든 벌써부터 내년 말의 대선(大選)에 유리한 평지풍파 연극을 꾸미고 있다면 이제 국민이 정신을 차려야 할 도리밖에 없다. 실제로는 빈부(貧富)의 양극화를 부추기면서 ‘있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적개심(敵愾心)을 증폭시켜 절대다수인 ‘없는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려는 공연에 들어갔다면 그 꿈을 국민이 외면하고 깨뜨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젠 어떤 당근에도 흔들리거나 속아선 안 되리라.

 

 올해는 음력(陰曆)으로 입춘이 두 번이나 들어 있는 ‘쌍춘년(雙春年)’이라 좋은 해가 되리라는 기대감이 유난히 컸으나 이 바람이 결혼하려는 예비부부들의 몫 만이어서는 안 된다. 예식장 주말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인 것처럼 국민 모두의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의 꿈도 그러해야 한다. 산천의 봄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봄을 향한 꿈이 어떤 풍파에도 굳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음력으로 올해는 지난 양력 1월 29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다. 봄에의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가 버렸지만, 양력으로 내년 2월 4일 입춘은 아직 음력으론 올해의 몫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내년은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따져 600년 만에 찾아오는 ‘황금돼지띠의 해’다. 남은 한 번의 입춘에다 돼지꿈, 그것도 황금돼지의 꿈을 꿔보게 하니 이참에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꿀 ‘황금돼지 새 정부 출산’도 꿈꿔봄 직하다.

 

 아직 남아 있는‘쌍춘년’과 다가오는 ‘황금돼지해’는 계속 속도가 붙으며 우려를 증폭시키는 저출산(低出産)․고령화(高齡化) 문제에 청신호가 되는 건 물론 우리 국가․사회에도 바로 그런 신호가 켜지는 시기가 되면 얼마나 좋으랴. 셰익스피어 연극 속의 맥베스가 읊은 시의 ‘잠시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뽐내고 으스대지만 그때가 지나면 영영 사라져버리는 가련한 광대’라는 구절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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