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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30

벌써 ‘네거티브 攻防’ 난무하다니
이태수 | 조회 437

<李太洙 칼럼> 52-(06.12.19)

 

벌써 ‘네거티브 攻防’ 난무하다니

 

 

상대 흠집 내기 비방전 극성 / 왜곡․허위․과장 전략 경계를

 

   

 선거를 앞두면 장점과 강점을 강조하는 ‘긍정적 선거운동(Positive Campaign)’과 단점과 약점을 부각시키는 ‘부정적 선거운동(Negative Campaign)’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중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후자가 기승을 부리곤 한다. 상대에 대한 비난과 인신공격(人身攻擊) 등이 대중을 쉽게 흥분시키고 일시적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정치후진국일수록 그렇듯이, 우리는 지난날 ‘아니면 그만이고’식의 비방과 폭로전의 폐해(弊害)를 신물 나도록 보아 왔다. 역대 대선(大選)이 거의 예외 없이 정당이나 개인 차원의 폭로전․흑색선전으로 얼룩졌으나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선거가 끝나고 나면 네거티브 공세들이 허위(虛僞)이거나 과장되고 왜곡된 경우가 많았다. 지난번 대선 때도 상대를 깎아내려 판세를 유리하게 조장하면서 이익을 챙긴 선동 효과가 크지 않았던가.

 

 선거에는 으레 후보의 결점이나 전력(前歷)을 검증하는 과정이 따른다. 이 같은 과정은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되레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선거판을 저질로 만들어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적지 않다. 속이고 속아 결과적으로는 후회할 상황을 부를 수 있다는 데도 문제가 있다.

 

 대선이 오늘로 꼭 1년 남았고, 여야(與野)의 대권 주자들이 아직은 암중모색 중인데 벌써부터 네거티브 공방(攻防)이 난무하고 있다. 별 문제가 안 되는 점들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해 상대에게 흠집을 내고 보자는 비방전 극성 양상이다. 없는 일을 꾸며 폄훼하려는 전략이 꿈틀거리는 기미마저 없지 않다. 한 야당 대선 예비후보들은 후보가 되기 위해 일찍부터 각축전을 벌이는가 하면, 여론이 극도로 나빠 갈팡질팡하는 여당엔 뚜렷한 후보가 부각되지 않고 있는 탓이기도 할 것이다.

 

 얼마 전,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에 기대고 있다’ ‘퇴행적 성형수술’이라는 등의 공격을 퍼부었다. 고건 전 총리도 ‘깜짝쇼식 토목사업’ 운운하면서 가세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이 공세를 주도한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을 ‘제2의 김대업’이라며 ‘김대업식 공작정치’ ‘네거티브 공세’라고 받아쳤다.

 

 이어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대선 후보 검증 차원의 지적’이라고 했다. 장영달 자문위원장은 ‘박정희 따라 하기’ 양상을 ‘군사독재정부로 돌아가겠다는 것의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다시 역공(逆攻)에 나선 한나라당은 ‘흑색선전을 동원한 대중 조작, 유력 후보 흠집 내기’(나경원 대변인)이며, ‘지지율 5%를 넘는 변변한 주자(走者)가 한 명도 없는 답답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치졸한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 공방전이 어디까지 갈는지 알 수 없으나 지금부터라도 자제되길 바란다. 특히 남의 밥상에 재나 뿌리고, 자신이 일어서려 하기보다는 남을 넘어뜨리고 보자는 생각부터 해서야 되겠는가. 유권자의 판단 기준을 특정부분만 주목하게 하는 효과를 노려 재미를 보려 해서도, 재미를 보게 해서도 안 된다.

 

 정치가 더 이상 나라 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 유권자들의 이성적(理性的) 판단을 마비시키고, 흥미를 유발하는 폭로나 비방으로 일관하는 유치한 선거 기법으로 환심을 사려는 행위를 용납해서도 안 된다. 오로지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는 선량들이 정치 발전과 나라 발전에 헌신할 리 만무하다는 사실은 뼈가 아프도록 보아오지 않았던가.

 

 이미 ‘2007년 대선 승자는 누구인가’ 등의 책이 나왔다. 한 저자가 내년 대선 투표일까지 정치 일정을 ‘오디세이’의 길고 험난한 모험의 여정에 비유하고 있듯이, 아직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어떤 변수(變數)들이 어떻게 생길지 알 수 없으며, 지난번과 같은 ‘네거티브 공세의 득세’로 안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어 불안하다.

 

 이 같은 와중에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언론의 인터뷰를 내년 8월까지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문제 삼지 않다가 이런 공문을 보낸 저의(底意)를 이해하기 어렵다. 인터뷰까지 대담 토론으로 보는 건 ‘법 과잉 해석이자 알 권리 침해’라는 비판에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억지 언론 규제와 ‘눈 가리고 아웅’식 변수 만들기가 아니길 바란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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